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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AB 하우징 프로젝트

#우리의 일그러진 주거문화

우리 사회에서 주택에 대한 인식은 꽤나 부정적입니다. 집을 소유한다는 것은, 구입하는 순간부터 제 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고, 땅 값은 해마다 두 배씩 치솟으며, 수년간의 연봉을 투입해도 부족해 결국 엄청난 빚을 지게 되는 상황으로 여겨집니다. 특히 단독주택의 경우, 이런 인식이 대한민국 일반 사람들 사이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계급 사다리와 도시 거주 라이프

도심에서 단독주택 생활은 점점 더 멀어져 가는 이야기가 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마당에서 아이가 뛰어놀 수 있는 삶을 꿈꾸게 되죠. 우리는 이런 한 번 사면 팔기 어려운 주택을 바꿔보고자 합니다. 언제나 공정한 가치 평가를 받을 수 있고, 필요할 때 쉽게 매각할 수 있는 주택 말이죠. 정당한 주택 모기지를 받을 수 있어야 하며, 다른 지역으로 이사할 때도 부담 없이 팔 수 있어야 합니다.
아파트는 적은 토지 위에 높이 쌓아 올려, 세대별 토지 지분이 매우 적죠. 40평형 아파트라 해도 실제 토지 지분은 10평 남짓입니다. 이것이 최근 강남 일대에서 재개발이나 리모델링을 둘러싼 용적률 완화나 사업성 부족 등의 논의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토지+주택 개념보다는 토지+아파트 개념에 더 익숙해져 있습니다. 아파트는 거래가 잦고, 비슷한 조건의 거래 사례가 많아 가격 변동을 예측하기 용이합니다. 그래서 적정 가격 예측이 쉽고, 거래가 빠르게 이루어집니다. 우리나라에는 매매 외에도 전세라는 독특한 제도가 있어, 잠시 매각을 유보했다가 시장 가격이 좋을 때 다시 팔 수도 있습니다. 또한, 초기 아파트들은 재건축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90년대 중반에는 가격이 자고 일어나면 오르는 시대도 있었고, 주민들은 추가 비용 없이 더 넓고 좋은 집으로 이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드라마틱한 가격 상승이 계속될 수 있을까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0% 상승했고, 2023년 현재 서울과 경기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큰 조정을 받고 있습니다.
이제 투기성 재건축 신화는 멈춰야 합니다. 토지의 가치와 주택의 가치를 분리해서 생각할 때가 왔습니다. 건축물은 처음 지을 때 전체 라이프 사이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30%를 배출합니다. 아파트 기준으로 건축 기간이 2~3년일 때, 이는 단기간에 엄청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건축물의 라이프 사이클을 볼 때, 20년마다 리모델링이나 유지보수가 필요하지만, 이를 적절히 관리한다면 주택은 100년, 200년 동안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2050년부터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net zero 도시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재개발과 재건축을 통한 대규모 해체와 신축을 최소화하고, 재활용 가능한 재료로 지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의 주거환경은 매우 열악합니다. 이는 건설 시스템이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새로 지은 집이나 아파트, 빌라의 비가 새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보통 1~3년의 시공사 하자 보수 기간이 끝나면,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기거나, 내벽에서 결로가 생기거나, 옥상층 벽에 곰팡이가 피거나, 윗층 화장실에서 누수가 발생해 아래층에 물이 떨어지거나, 문틀이 틀어져 문이 잘 닫히지 않거나, 화장실 바닥 타일이 솟구치거나 깨져서 배관이 드러나는 등의 문제를 집주인이 직접 해결해야 합니다. 해결 방법도 명확하지 않고, 절차나 비용도 투명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문제가 해결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로 인해 집을 사는 것은 두려운 일이 되었고, 관리사무소가 없는 단독주택은 더욱 사기 어려운 곳이 되었습니다. 한두 번 개인적으로 단독주택의 하자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단독주택에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우리에게는 건축문화가 부재하고, 주택에 대한 다양한 경험이 없습니다. 최근에 지어지는 아파트는 호텔처럼 편안함과 편리함을 제공하는 값비싼 투자처가 되었습니다. 20년이 지나면 팔고 다른 아파트로 옮겨야 하는 투자처가 된 것이죠.

#주택 르네상스

토지가치 + 주택가치 = 총 가격
우리는 주택 가치를 객관적으로 되찾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주택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를 개발하기로 한 것이지요. 주택 건설 비용을 재료비, 노무비, 관리비로 나누어 책정하고, 각 아이템의 내구성을 실제 교체 빈도에 근거하여 적절한 잔존 가치를 계산할 수 있게 했습니다. 또한, 우리가 직접 만들고 시장에 내놓은 주택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A/S함으로써 가장 정확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주택의 적절한 잔존 가치를 계산하고 항상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면, 주택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주택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으면,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이나 새로운 구매자 찾기가 훨씬 수월해질 겁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주택 거래가 활성화되고, 2) 주택이 항상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며, 3) 적정한 주택 가격을 평가받을 수 있고, 4) 안정적인 모기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으며, 5) 실제 주거 조건이 아파트나 도시 원룸과 같은 열악한 공간이 아니라 매우 쾌적하고 깨끗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공업화 주택

집이 아이폰이나 테슬라처럼 제작된다면, 우리는 주택 산업에서도 혁신적인 변화를 목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폰이 그 품질과 내구성, 그리고 탁월한 A/S로 인해 오랜 시간 사용 후에도 가치를 상당 부분 유지하는 것처럼, 집도 마찬가지가 될 수 있습니다. 테슬라가 중고 제품을 직접 수리하여 리퍼비시 제품으로 판매하고, 주요 부품에 대해 10년간 품질을 보증하는 것처럼, 주택도 중요 구성 요소에 대한 장기 보증과 빠르고 효율적인 수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사용자가 문제를 겪을 때 쉽게 수리를 요청하고, 전문가가 현장에 나와 수리를 완료하는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주택 소유의 많은 부담이 줄어들 것입니다.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모든 주택이 일관된 설계 정보와 표준화된 부품으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목수 김씨와 목수 박씨의 개별적인 작업 방식에 의존하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테슬라와 같은 10년 보증을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표준화와 일관성이 보증과 품질 유지의 핵심입니다.
우리가 꿈꾸는 주택은 공장에서 정밀하게 제작되는 벽체 모듈러 방식을 채택할 것입니다. 이 방식을 선택하는 이유는 물류 효율성 때문입니다. 완성된 방을 옮기는 것보다 벽체 모듈을 사용하면 한 번에 여러 개의 방을 운반할 수 있어, 건설 현장에서의 조립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입니다.
우리는 오랜 기간 동안 CLT(Cross Laminated Timber)를 사용한 모듈러 주택에 대한 연구도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침엽수 자원의 부족으로 CLT 적용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는 우리가 지속 가능한 자원을 사용하고, 현지 환경에 적합한 건축 재료를 찾아야 하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대안적인 재료와 기술을 탐구하여, 대한민국의 환경에 맞는 모듈러 주택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